G7에서 재정 적자가 가장 낮은 일본, 엔화는 왜 40년 만의 약세일까
G7에서 재정적자가 가장 낮은 일본, 엔화는 왜 40년 만의 약세일까
일본 엔화가 약세를 보일 때마다 시장에서는 일본의 막대한 국가부채를 원인으로 지목합니다. 정부부채가 국내총생산 대비 200%를 넘는 나라라면 통화가 약해지는 것이 당연하다는 논리입니다. 하지만 최근 일본의 재정 흐름을 자세히 보면 이 설명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일본은 지난 10년간 재정수지를 꾸준히 개선해 왔습니다. 특히 이자지급을 제외한 수입과 지출의 차이를 뜻하는 기초재정수지, 즉 PB는 크게 개선됐습니다. IMF는 2025년 일본 일반정부의 기초재정적자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보다 작고, G7 가운데서도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일본 재무성도 중앙·지방정부 기준 PB가 2026회계연도에 대체로 균형에 도달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재정이 좋아졌는데도 엔화는 왜 약세일까요. 여기에는 재정수지와 환율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이 있습니다. 환율은 정부 적자 하나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이, 일본은행의 정책 속도, 에너지 수입 비용, 글로벌 투자자들의 달러 선호, 해외자산 투자 흐름이 동시에 작용합니다.

일본은 아베노믹스 시기에 대규모 경기부양 정책으로 자주 기억됩니다. 그러나 실제 재정 운용은 단순한 확장재정만은 아니었습니다. 일본 정부는 2014년 소비세를 5%에서 8%로 올렸고, 2019년에는 다시 10%로 인상했습니다. 세입을 늘리고 기초재정수지를 개선하는 과정이 함께 진행됐습니다.
문제는 재정수지가 나아졌다고 해서 곧바로 엔화 강세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일본은 재정 여력이 일부 생긴 만큼 이를 단순 긴축에만 쓰기보다 사회보장, 국방, 산업정책, 생활비 부담 완화 등에 활용하려 하고 있습니다. 재정이 개선된 나라가 곧바로 지출을 줄이는 나라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더 중요한 변수는 금리입니다. 일본은행이 금리를 인상하고 장기국채 금리가 높아지면, 정부의 이자비용은 시간이 갈수록 커집니다. 2026년 일본 10년물 국채금리는 약 2.9%대까지 올라 1990년대 중반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습니다. 신규 국채를 더 높은 금리로 발행하고 만기가 돌아오는 기존 국채를 차환할수록 정부의 이자 부담은 점차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서 봐야 할 개념이 r과 g의 관계입니다. r은 정부가 부담하는 평균 이자율, g는 경제성장률을 뜻합니다. 일반적으로 r이 g보다 높아지는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경제가 성장하는 속도보다 이자 부담이 커질 수 있습니다. 이 경우 기초재정수지가 개선됐더라도 국가부채 비율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는 어려워집니다.

일본의 재정 개선은 분명 사실입니다. 다만 그것이 엔화 강세를 보장하는 근거는 아닙니다. 엔화는 재정 건전성보다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이, 달러 자산의 수익률, 일본의 해외투자 구조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때가 많습니다. 시장이 일본 재정을 걱정하는 이유도 단순 적자 규모보다, 금리 상승 이후 이자비용이 얼마나 빠르게 불어날 수 있는지에 있습니다.
앞으로 일본을 볼 때는 재정적자 비율만 확인해서는 부족합니다. 기초재정수지의 개선 여부, 국채금리 상승 속도, 정부의 적극재정 규모, 일본은행의 금리 경로를 함께 봐야 합니다. 일본 경제의 진짜 관전 포인트는 재정이 좋아졌느냐가 아니라, 높아진 금리 환경에서도 적극재정과 이자비용을 동시에 감당할 수 있느냐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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